2012년 6월 13일 수요일

레시피


보내주신 편지에서 짐승의 고기를 전혀 먹지 못한다고 하셨는데, 이것이 어찌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도라고 하겠습니까. 섬 안에 산개(山犬)가 천 마리 백 마리 뿐이 아닐 텐데, 제가 거기에 있었다면 5일에 한 마리씩 개를 삶는 일을 결코 빼먹지 않겠습니다. 섬 안에 활이나 총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물이나 덫을 설치할 수야 없겠습니까. 이곳에 있는 사람 하나는 개 잡는 기술이 뛰어납니다. 그 방법은 이렇습니다. 먹이통 하나를 만드는데 그 둘레는 개의 입이 들어갈 만하게 하고 깊이는 개의 머리가 빠질 만하게 만듭니다. 그 통 안의 사방 가장자리에는 두루 쇠낫을 꽂는데 그 모양이 송곳처럼 곧아야지 낚시바늘처럼 굽어서는 안 됩니다. 통의 맡비닥에는 뼈다귀를 묶어놓아도 되고 밥이나 죽 모두 미끼로 할 수 있습니다. 낫이 박힌 부분은 위로 가게 하고 날의 끝은 통의 아래에 있게 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개가 미끼를 물고 나면 그 주둥이가 불룩하게 커져서 사면으로 찔리기 때문에 끝내는 머리를 빼지 못하고 공손히 엎드려 꼬리만 흔들고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5일마다 한 마리를 삶으면 하루 이틀쯤이야 생선요리를 먹는다 해도 어찌 기운을 잃는 데까지야 이르겠습니까. 1년 366일에 52마리의 개를 삶으면 충분히 고기를 계속 먹을 수가 있습니다. 하늘이 흑산도를 선생의 탕목읍으로 만들어 주어 고기를 먹고 부귀를 누리게 했는데도 오히려 고달픔과 과로움을 스스로 택하시니, 역시 사정에 어두운 것이 아니겠습니까? 

들깨 한 말을 이 편에 부쳐 드리니 볶아서 가루로 만드십시오. 채소밭에 파가 있고 방에 식초가 있으면 이제 개를 잡을 차례입니다. 또 삶는 법을 말씀드리면, 우선 티끌이 묻지 않도록 달아매어 껍질을 벗기고 창자나 밥통은 씻어도 그 나머지는 절대 씻지 말고 곧장 가마솥 안에 넣어서 곧바로 맑은 물로 삶습니다. 그리고는 일단 꺼내 놓고 식초, 장, 기름, 파로 양념을 하여 더러는 다시 볶기도 하고 더러는 다시 삶기도 하는데 이렇게 해야 훌륭한 맛이 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박초정의 개고기 요리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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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용은 흑산도로 유배간 정약전이 강진땅에 유배되어 있던 자기 동생 정약용에게 "섬에 들어온 뒤로 맨날 생선만 먹고 고기를 먹지 못해 죽을 것 같다" 라고 하소연하는 편지를 보내자, 정약용이 보내온 답장이 되겠다. 출처는 이태원씨가 쓴 <현산어보를 찾아서> 제2권 152p..

5일에 한마리씩 개를 삶아서 1년 366일 52마리의 개를 잡아 먹겠다는 웅대한 포부를 보여주는 정약용의 호연지기가 부러울 정도로 잘 묘사되어 있다. 씨바.. 대단햐~~~ 

하지만 애석한 것은 흑산도에는 실제로 개가 단 한마리도 없었다는 점이며, 정약전은 개고기를 먹을 수가 없었으니, 들깨 한 말은 어찌되었는지 궁금하다.

결국 정약전은 물고기에 잘 적응해서 해산물 만으로도 건강하게 잘 살았다고 한다.

개고기 삶는 법에 대한 설명 부분은 실제로 농촌에서 개를 잡아 먹을 때 하는 방법과 완전히 똑같으며, 그 방법을 만들어냈다고 인용되고 있는 박초정은 조선 후기 실학자중에서 북학파의 거두이며 밀양박씨였던 박제가이다. 그의 자가 초정.

정약용도 당시대의 네임드라서 그런지,네임드끼리 언급하며 편지를 쓴다. 줸-_-장..





보신탕 한 그릇 먹고 싶어지는데, 옆에서 탱구가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지켜보고 있어서 그러지도 못하겠고.. 아주 죽겠다. ㅎㅎㅎ




댓글 5개:

  1. 그거 먹으믄 진짜 효과 있어요?
    예를 들어 막 힘이 솟는다는... 밤에 잠이 안오는...
    진짜 궁금함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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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는 안먹어봐서 모르지만 (훔~~) 돌아가신 엄니께옵서는 몸살기가 있으면 보신탕부터 한그릇 먹으면 뚝 떨어진다고 평생을 믿고 사셨더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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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어릴 때 여름이면 황구 한 마리를 푹 고아서 한 달 동안 드시던 아버지 모습을
      생각하면 진짜 효과가 있는 거 같기도 하고 플라시보 같기도 하고
      요즘같이 음식물이 넘처나는 시대에 저런게 효과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가
      주기적으로 찾아서 드시는 분 들을 보면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작년인가? 딴지에서 한참 개고기 논쟁을 보면서도 갸우뚱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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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복날 뭘 드실건지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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