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11일 수요일

군대에서 귀신 본 얘기


군대나 학교에는 꼭 귀신얘기가 있는데, 그거야 대략 집단 생활을 하면서 자유가 억압되어 받는 스트레스가 높아지면 뭔가 심리적으로 문제가 생긴다는 반증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이 귀신 관련된 사건이 실제 현실의 업무에 지장이 올 정도로 커지기 시작하면 관리체계에 따른 대응이 필요해지기도 한다. 역시 그런 일은 맨날 모든 일의 뒤처리를 담당하는 인사처 소관.

그래서 예하 부대에서 벌어진 귀신 소동을 서너건 처리해본 경험이 있긴 한데, 그건 사실 별로다. 어차피 내가 직접 귀신을 본 건 아니니까. 이 얘기는 예전에 내가 글을 올리던 블로그에서 볼 수 있다.

http://albablog.kr/780

http://albablog.kr/782

http://albablog.kr/787

그런데 지금부터 얘기하고자 하는 일은 진짜 제대한 이후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거의 안했던, 뭔가 좀 얘기하기가 꺼려지는 내용이라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는데 하여간 여기서 처음 꺼내는 일화라는 점을 미리 밝혀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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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근무하던 곳은 사단 사령부 본부대였기에 위병소(부대입구)에서도 걸어서 한 사오십분 올라가야 내무반이 있는 그런 꽤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부대였다. 위병소 지나자마자 수송반이 있었고, 그 뒤로 경비소대 막사가 있다.

그 위쪽으로 제이연병장이 있고, 바로 위에 제일연병장, 그 사이에는 헬기착륙장이 하나 있다. 산기슭에 지어진 공간이라서 계단형으로 배치되어 있고, 그 옆으로 오르막길이 나 있어서 한창때의 군인들이라 해도 올라가려면 숨좀 차던 경사와 거리였던 기억이 난다.

문제는 그 헬기장 옆에 주인모를 무덤이 한개 있다는 거다.

군부대 영내에 무슨 산소인가 싶을 것이다. 누구나 그랬다. 신병으로 배치받자 마자 항상 고참들이 갈구면서 겁주는 스토리에 바로 그 무덤, 아니 산소 얘기가 나온다.

처음에 사단사령부를 자리잡고 지을 때, 산기슭이었으니 당연히 산소가 여기저기 있지 않았겠는가? 그걸 다 주인 찾아 공지해서 이장처리 했는데, 끝까지 주인이 안나타난 산소가 한개 있었다는 거다. 나름 석물도 있고 해서 꽤나 세력있는 집안의 산소로 보이면서도 후손들이 안나타나니 처리가 곤란해진거다. 그래도 일정은 촉박하고 치우기는 해야겠고 결국 부대 건축을 담당한 공병대장이 결단을 내리고 밀어버리기로 한 것이다.

문제는 거기서부터 생긴거다. 흔한 말로 동티가 나기 시작했는데..

민간업자가 끌고온 포크레인(정식 명칭은 엑스카베이터, 굴삭기다.)이 무덤 주변으로 접근하던 중에 엔진에 이상이 생겨 멈춰 버리고, 한참동안 기사가 응급정비를 하려고 시도하다가 결국 못 고치고 대형 트럭 불러서 실려가버린 거다.

인부들을 동원해서 파헤치라고 하니 다들 슬금슬금 피하는데 깡좋은 젊은 인부 하나가 곡괭이 들고 산소를 내리 찍는데 한두번 찍고 나더니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허리가 삐끗했다고 주저 앉아서 끙끙 대다가 결국 앰뷸런스 불러서 실려 가버리고..

이런 일이 연속되니까 다들 겁을 먹어서 아무도 그 산소를 못 건드리는 상황이 온거다.

할 수 없어서 결국 사단장한테 보고해서 허락 받은 뒤 술과 고기를 사다가 한바탕 제사를 드리고 이장 처리를 하려고 드는데, 갑자기 돌풍이 불면서 산소 앞에 돗자리 펴고 깔아놓은 음식그릇들이 다 엎어지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결국 이장을 포기하고 오히려 흐트러진 석물들을 깔금하게 재배치하고 잔디 손질까지 해 주고, 산소 위치를 피해 헬기착륙장을 만드는 식으로 일을 처리했다는 거다. 그리고 그 이후 사단장이 교체될 때마다 후임에게 저 산소는 건딜지 말라는 경고가 인수인계 내용에 포함이 되어 오늘날까지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

이게 그냥 병사들끼리 하는 농담이면 모르겠는데, 영내에 아무 관련이 없는 산소가 한개 버티고 있고, 정기적으로 명절때마다 사단 선임하사가 술병하고 고기 챙겨서 인사도 드리고, 회식때 물어보면 나이 먹을 만큼 먹은 그 하사관들이 저 산소는 절대 건드리면 안되는 거라고 큰일 난다고 이구동성으로 얘길 하니 겁을 안 먹을 도리가 없다.

그런 와중에 사건은 내가 상병때 휴가 나갔다가 복귀하면서 생긴다.

우리 부대는 나름 자유로와서, 복귀일 기준이 예하부대보다는 좀 여유가 있었다. 내가 알기로 다른 부대는 석식 전 복귀 기준이라거나, 늦어도 아홉시 점호 이전까지 복귀하도록 되어 있는 것 같은데, 우리는 자정 전까지만 복귀하면 되는 전통이 있었다. 행정병들이 많은 부대라서 그런 거겠지.

그래서 다들 복귀일에는 부대앞 읍내에서 술깨나 먹고 비틀 거리며 복귀하곤 했었는데, 그것도 짬밥좀 있는 병장들이나 그렇지, 일반 병사들은 늦어도 열시 이전까지는 복귀하는 형편이었다. 그래도 상병 고참이었던 난 읍내에서 부대에 전화를 걸어 애인하고 같이 왔다고 좀 늦게 들어간다고 허락을 받아내서 열한시쯤 복귀를 하고 있었던 거다.

다들 알겠지만 군생활 하면서 제일 지옥같은 시간이 바로 휴가복귀해서 위병소에서 내무반까지 걸어가는 동안이다. 그래도 며칠 편하게 지내다가 다시 괴로운 부대생활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하면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라도 된 심정이 들기 마련이다.

그래도 어쩌랴 하면서, 꾹꾹 눌러 참고 위병소 들러서 위병들 먹으라고 읍내에서 사온 만두도 좀 들이밀어 주고, 내무반 들어가서 고참들 줄 양념치킨도 좀 사고, 치킨 상자 밑에는 병장들 줄 소주도 두어병 깔려 있고 또 다른 비닐봉다리에는 졸병들 나눠줄 초코파이도 두어상자 들어 있고..

양손에 그런 짐을 잔뜩 들고 비척비척 걸어 가는데 진짜 세상 살맛 안나고, 한걸음 걸을 때 마다 씨바 이대로 그냥 돌아서서 다시 나가 버릴까 싶은 생각이 딛는 발자국마다 흥건히 잠기는 기분으로 걸어가는 중에...

바로 그 길가에서 한 이삼십미터 떨어진 헬기장 옆 산소 근처에 희끄무레한 것이 보이는 거다. 날도 별로 안 흐리고 달은 없어도 별은 뜬 밤이라서 대략 사물은 분간이 되는 정도였는데, 산소 근처에 뭔가 희끄무레 한 것이 꾸물거리고 있으니 섬뜩하지 않을 수가 있나. 

뭘까 하고 멈춰 서서 지켜보는데 갑자기 등골이 써늘해 지면서 취기가 가시고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이, 한복 차림의 어떤 남자가 산소 옆에 서 있는거다. 흰 두루마기를 걸친 나름 고급스러운 양반 차림이었다.

- 뭐..뭐야.. 당신 뭐야..

이런 소리가 입속까지 올라오는데 그 소리가 입밖으로 터져 나오기 직전 그 남자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는데 그의 눈과 내 눈이 정면으로 마주쳤다. 그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난 머리속이 하얘지면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고, 움직이지도 못했다.

그렇게 서로 눈을 맞추고 서서, 꼼짝도 못하고 다리는 후들거리고 식은 땀은 흘러 내리고 금방이라도 주저 앉아 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도 억지로 억지로 버티고 서 있는데 급기야..

그 남자가 내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한거다.

난 오지 말라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어림도 없는 일이었고 급기야 내 코앞까지 다가온 그 남자의 얼굴을 보면서 정신을 잃어 버릴 지경이었는데 갑자기 엄청나게 큰 소리가 내 등뒤에서 나면서 주변이 확 밝아진다.

- 뭐야, 이 새끼, 죽고 싶나.

순간 정신이 돌아온 내가 뒤를 돌아보자 짚차 한대가 헤드라이트를 환하게 비추고 내 바로 등 뒤에 급정거 해 있었고, 선탑자(운전자 옆에 탑승하는 상급자)가 뛰어 내리고 있는데 얼굴을 보니 군수처 임대위였다. 임대위 얼굴을 확인하고선 난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나서는 상황이 정리가 되었는데. 내가 봤던 그 한복의 남자는 당연히 사라져 버렸고, 난 위병소에서 본부로 올라가는 길 한가운데에 꼼짝도 못하고 후들거리면서 서 있었던 거고, 예하부대 순찰 나갔다가 돌아오던 상황장교(당직) 임대위가 나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가 급정거를 하면서 놀라서 경음기를 울리면서 뛰어내린 거였다.

그러더니 정신을 채 못차리고 있던 나를 보니 온 얼굴에 땀이 범벅이 되어 숨도 잘 못쉬고 있더란다.

휴가 복귀하는 넘이 술을 얼마나 쳐먹었길래 도로 한가운데에 서서 꼼짝도 못하고 있는가 싶어 혼쭐을 내려고 뛰어 내렸는데, 막상 보니 술냄새도 별로 안나는데 애가 숨도 못쉬고 있으니 상황장교도 꽤나 놀랐던 모양이다.

결국 짚차를 타고 본부대 사령부까지 올라와서 찬물 한잔 마시고 정신을 차렸는데, 내가 봤던 얘기를 천천히 해 주니까 옆에서 얘기를 듣던 선임하사가 한마디 한다.

- 그러니까 휴가 복귀할 때 좀 일찍일찍 다니란 말이다. 거기 가끔 그런다. 뭐 별일도 아니네.

일은 대충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난 다시 멀쩡하게 내무반으로 돌아와 기다리던 고참들에게는 치킨과 소주를 안겨주고, 잠든 졸병들 관물대에는 초코파이를 넣어주고 씻고 자리에 누웠다.

이렇게 육군상병 박상병의 휴가 복귀는 마무리 되었는데..

아직도 난 그 한복입은 남자의 얼굴이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그 얼굴은 바로..








































이 놈이었다. 그러니 내가 안 무서울 수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