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17일 화요일

어떤 남자의 행정처리


울 아부지는 공무원이셨다.

평생을 소방관으로 근무하셨으니 소방공무원이라는 게 더 적절한 표현일듯. 물론 소방관의 이른 정년퇴직제도로 인해 소방관을 마치고 나서는 농사를 지으셨으니 농부이기도 하셨고..

그렇게 공직에 오래 계셨으면서도 매우 황당한 행정처리를 하신 적이 있고, 내 자신이 그 피해자가 된다. 그런데 사실 피해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다.

난 2월 17일에 태어났다. 음력으로는 1월 19일인가 그럴 거다.

느지막하게 막둥이가 태어난 것에 대해 기뻐하신 나머지, 아부지께서는 내가 태어난 바로 다음날 출생신고를 하러 가셨다. 그 시절에는 애가 한 일년 정도는 살아 남아야 출생신고를 하곤 하던 시절이었으니 그렇게 서둘러 출생신고를 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기도 하다.

문제는 거기서 발생한다.

출생일자에 2월 17일이라고 쓴 것이 2자가 이상해 보였는지 동사무소 직원은 그걸 7자로 읽어 버린다. 그러더니 지금이 2월달인데 7월생이라는 거 보니 작년이구만.. 하면서 내 출생년도를 1년을 땡겨 버린다.

그렇게 서류 처리가 되어 버린 결과.. 난 68년 2월 17일 생인데도 불구하고 주민등록은 67년 7월 17일이 되어 버린거다. 줸-_-장..

초딩(당시는 국민학교) 입학때만 해도 별 문제는 없었다. 어차피 2월생이니 67년생들하고 같이 학교를 다니는 게 맞는 거였고, 취학통지서는 67년생들하고 함께 받게 된다.

그렇게 학교를 다녔는데, 이게 문제가 중학교 입학 할 때가 되니 발견이 된거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난 내 법적 생일이 67년 7월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는데, 중학교 입학서류를 만들면서 보니까 이게 그렇게 되어 있잖아.

그래서 아부지께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여쭤 봤더니, 아부지께서도, 그게 아마 이래저래 된 일인거 같다고 얘기를 해 주신다.

그래서 또 어린 나이에 그러면 안되니까 정상으로 바로 잡아 달라고 졸랐다.

당시에 호적을 고치려면 아마 무슨 호적갱신 소송 같은 걸 했어야 되는 걸로 기억한다. 절차도 졸라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래도 그걸 했다.

그래서 이제 정상이 되었구나 하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나중에 주민등록증이 나올 때가 되어서 다시 확인해 보니.. 줸장..

이젠 생일이 68년 7월 17일로 되어 있는 거였다.

아부지~~~ 왜 그러셨어요~~~~ 흑흑흑..

결국 난 실질적으로 학교 동기생들 보다 한살 어린 존재가 되어 버렸다. 심지어 동갑내기 마눌님 보다도 생일이 느리게 되어서 술한잔 먹으면 나보고 "누나라고 불러봐~" 이딴 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마눌님 생일은 68년 3월..)

그렇게 어떤 한 남자의 이상한 행정처리로 인해 난 제헌절을 생일로 가지게 되었다.

물론 진짜 생일은 2월이지만.. 법적인 생일은 제헌절이다.

그러니 오늘은 내 법적 생일이다. 경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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