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3일 일요일

써야할 글은 안써지고..


이런 거 쓰고 논다. 히히~~

원래 압력밥솥 논쟁같은 하찮은 주제를 논하려고 이런 고품격 썩개 사이트를 만든 것은 아니었다.

아, 물론 밥을 지어야 한다는 것, 하루의 삼분의 일에 해당하는 생명을 연장한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쌀을 압력을 가해 익힌다는 것 자체가, 전세계에서 제일로 오래된 소로리 벼농사 유적을 보유한 이 땅에 살아가는 사람으로써 쌀에 대한 모욕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싶다.

그러니 이 밥솥 논쟁이 최소한의 품격을 유지하려면 전통적인 밥하는 도구, 가마솥과 양은솥에서 논쟁이 시작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앙기가 나오고 콤바인이 나오기 이전, 이 땅의 농부들은 수십명씩 줄지어 손으로 모를 내고, 탈탈탈 온 마당에 북데기를 날리며 탈곡기로 탈곡을 했다.

코찔찔이 초딩 시절부터 아부지를 따라 농사일에 매진해온 본 썩개우원, 아직 모내기 호흡을 따라갈 만큼 성장하지 못한 관계로 모내기에 동원된 사오십명의 일꾼들이 먹어야 할 밥을 만드는 일에 투입되곤 했다.

일단 잘마른 장작에 솔가지 한짐, 그리고 가마솥과 양은솥부치 들을 경운기에 싣고 탈탈탈 거리면서 흔들려 가며 논 옆으로 가야 한다.

거기서 호박돌 줏어다가 솥틀을 만들고 솥을 걸고, 미리 씻어간 쌀을 넣고 물을 부어 물 맞추고 불을 때서 밥을 하는 거다. 물론 한쪽 솥에선 밥을 하고 한쪽 솥에선 국을 끓인다. 주로 미역국 같은거. 거기다가 이런 저런 반찬은 미리 준비해서 반합에 담아가는 건데..

이게 최소 4-50인분의 밥을 한번에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엄니한테 혼나가면서 밥 하는 걸 배우던 기억이 나는데, 여기서 바로 가마솥과 양은솥의 차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가마솥은 일단 재질이 두껍고 주철로 되어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열전도가 좋고 솥이 얕아서 골고루 밥이 잘 익는다. 그냥 물 잡아 쌀 넣고 불땀 좋게 활활 불때주면 알아서 밥이 잘 된다. 적절한 타이밍에 짜짝짜작 소리 내면서 밥이 된다 싶으면 불을 치우고 밑에 숯덩이만 몇개 깔아서 뜸만 잘 들여 주면 된다. 가마솥은 뚜껑도 졸라 무거워서 지가 알아서 압력을 유지해 주기도 한다. 그러면 눈부신 쌀밥이 잘 지어지고, 정신없이 밥주발에 밥을 퍼담아 주기만 하면 된다. 그러고 나면 바닥에 남은 누룽지에 물을 부어 불을 한번 더 활활 때주면, 구수한 진한 향의 누룽밥까지 나와 후식용으로도 인기다.

문제는 이 가마솥이 경운기에 싣고 다니면 자꾸 깨진다는 거. 경운기 짐칸도 다 쇠로 되어 있어서 거기서 이리저리 부딪히며 굴러 다니면 뚜껑도 깨지고 자꾸 그 비싼 가마솥이 깨져 버린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짚으로 아무리 잘 둘러 싸 놔도, 결국은 흔들리면서 삐져 나와 금이 가고 만다. 가마솥이 금이 가면 뭐 엿바꿔 먹는 수밖에.

그래서 가벼운 양은솥이 대치용으로 쓰이는데, 이 넘은 들고 다니기도 편하고 경운기에서 이리저리 굴려도 찌그러질 뿐 깨지지 않아서 참 좋긴 한데..

밥하기가 졸래 힘들다.

일단 가마솥에 비하면 열전도가 안 좋아서, 하층부와 상층부의 온도가 많이 다르다. 그냥 쌀넣고 물 부어서 불만 때다 보면 전형적인 삼층밥이 나온다. 결국 수시로 뚜껑을 열고 뜨거운 김에 손 델 각오를 하고서 긴 주걱으로 후비적 후비적 저어줘야 한다. 그리고 뚜껑도 욜라 가벼워서 압력도 유지가 안된다. 뚜껑 찌그러지지 않을 정도로 무거운 돌막지나 길쭉한 장작개비라도 양쪽으로 얹어서 뚜껑을 눌러주기도 해야 된다.

그러고도 결국 아래부분은 좀 타고 위는 좀 설익고 하기 마련인데, 이거 제대로 맞추려면 진짜 내공이 좀 필요한 법이다.

거기다가 그렇게 밥을 해 내면, 일꾼들이 타박을 한다. 이거 그 가마솥 한개에 얼마나 한다고 양은솥에 밥을 지어서 밥알이 날아다닌 다는 둥, 밥인지 죽인지 모르겠다는 둥, 투덜투덜..

하지만 양은솥 걸어놓고 장작불 때던 시절에서 벗어나 펌프 달린 기름 스토브로 바뀐 다음에는 양은솥도 밥이 잘 되기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화력이 좋으니까 솥 전체를 잘 달구는 거겠지.

결국 기본적으로는 가마솥이 양은솥에 비해 훨씬 유리한 밥짓는 도구가 된다. 하지만, 화력에 따라서는 그 결과가 다를 수도 있고.. 결국 최종적으로는 밥을 하는 사람의 스킬에 비례해서 도구의 문제가 모두 묻혀 버릴 수도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결과가 나온다.

결국 밥 짓는 이가 쏟는 정성, 이 정성이 밥의 품질을 가르기 마련이다.. 라고 마무리 할 줄 알았지?

정성이고 나발이고, 밥은 배고프면 맛있다.

험한 농사일 하는 사람들, 완전 더걱더걱 씹히는 생쌀만 아니면 다들 좋다고 잘 먹는다.

문제는 육체노동에서 멀어진 현대인들이 워낙에 운동들을 안하니까 밥이 맛있네 없네 하는 타박만 늘어간다는 뜻이다.

심지어 농사 짓는 현장에서도 요즘엔 콤바인 기사, 이앙기 운전수한테 저 식으로 밥짓고 국 끓여서 점심 멕였다가는 다시는 일꾼 구하기 힘들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고기 좀 굽고, 얼큰한 찌개에 싱싱한 푸성귀, 밑반찬 너댓가지 정도. 부페를 방불케 할 정도로 차려내 줘야 별 소리 없이 먹고 일한다는..






댓글 11개:

  1. 력시-_-이과는 할 수 없군. 흠. 문과의-_-압력솥의 의미는 이렇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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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흠. 사람이 좀 많았으면 좋겠슴. 글 쓰는 사람이 한 10명? 그정도만 되면 참 잼있는 사이트를 만들 수 있겠는데...그럼 너불흉이-_-싫어하려나? 흠.

    근데 오랫만에 게시판 글을 쓰니까 참 기분은 좋은 거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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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럼 땐횽이 여기 사이트는 어떤 글을 쓰는 곳이고, 여기에 글 쓰고 싶은 사람은 여기 붙어라~ 하는 권고문을 한번 써 보삼. 힘좀 빼고 쓸 수 있는 공간이 또 있는 건 좋고, 그 중에 기사화 할 만한 글들은 딴지에도 실어달라 그러면 너불 편짱도 좋아 하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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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오. 가마솥 밥. 사실 맛있긴 맛있죠.
    막 가마솥에에서 한 밥을 놋그릇에 열라 담아서 먹으면......-_-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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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코펠에 밥하면 3층 이상으로 밥이 되던 눈물젖은 시기를 넘기니
    요즘은 코펠에 누룽지까지 만드는 경지에 다다랐다능..
    1년에 한두번 할까말까 해서 집에서두 가끔 코펠밥을 해 보고는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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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육체노동이 심한 날은 생수만 마셔도 취한다
    뭐...그런 뜻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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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님 글이 왜이리 슬프면서도 멋지면서도 읽는 사람마저도 취하게 만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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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여기 머 하는 곳임? 머 하는 곳인데 이곳에서 노는 거임? 응? 응?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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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가마솥 밥을 먹었던 기억이 없는 것 같음-_-a
    어느 식당에서 주는 밥이 가마솥 밥이었으려나-_-a
    콤바인은 들어본 것 같기도 하지만, 이앙기는 처음 들어봄-_-
    도시의 절믄 녀성에겐 느무 어려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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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앙기가 머냐하믄 이를 아앙~~ 물고 댕기는 거임.
      ㅋㅋㅋ-_-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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